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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18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1920)- 100년도 더 된 독일 무성영화

자그마치 100년이나 된 이라는 고전영화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독일에서 만든 무성영화입니다. 처럼 단편영화 말고 서사를 갖추고 어느 정도의 러닝타임이 있는 무성영화를 본 것이 이번이 처음입니다. 배우들이 뭐라고 뻐끔뻐끔 말하는 것을 보여주고 화면에 대사만을 따로 보여주는 형식입니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되게 익숙지 않았는데 금방 괜찮아졌습니다. 이 정도로 오래된 영화는 처음인데 시놉시스가 되게 깔끔하고 재미있습니다. 그래도 자막으로 내용을 전달받으니 좀 어색했습니다.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감독: 로베르트 비네출연: 베르너 크라우스, 콘라드 베이트, 프리드리히 페르, 릴 다고버표현주의 영화라 연극 무대처럼 생긴 세트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현실적인 모습보다는 다소 비틀어지고 왜곡된 형태의 선을 사용하고 문이나 ..

인문/영화 2025.04.11

사라진 시간 (2019)- 배우 정진영의 감독 데뷔작

사라진 시간감독: 정진영출연: 조진웅, 배수빈, 정해균, 차수연개봉: 2020. 06. 18.저는 최근에 본 한국 영화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였습니다. 관람객들의 평은 좀 엇갈리는 것 같지만, 영화가 기존의 한국 상업영화와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었다는 점은 아마 모두 동의하지 않을까 싶네요. 정진영 씨가 다음에는 어떤 영화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줄거리를 말하고자 하니 어려운데. 시골에서 근무하는 남교사와 그의 아내가 특별한 사정을 지닌 채 화재사고로 인해 사망하게 됩니다. 화재사고 조사를 위해 온 경찰(조진웅)이 마을 사람들과 이런저런 소동을 부리다가, 자고 일어나니 자신이 경찰이 아니라 교사가 되어 있습니다. 혼란에 빠진 그가 자초지종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다 끝나는..

인문/영화 2025.04.10

인간다움이란? - 영화 <블레이드 러너>, <블레이드 러너 2049> 비교분석

겪어보지 않은 무수한 가능세계를 인간으로 하여금 체험할 수 있게끔 하는 것, 개인적으로 그것이 sf장르가 아닌가 싶다. sf영화에서 그려내는 미래는 다양하지만, 그 속에 나름의 선악이 존재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를 돕는다는 것은 공통적이다. 특히 영화가 제공하는 시각적인 자료는 관객들이 현실을 돌아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을 제공한다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본격적인 글에 앞서 필자는 인간 사회를 들추어 보고 발전케 하는 하나의 도구로 sf장르가 있음을 역설한다. 본고에서는 영화 화면과 인물의 대사와 행동을 살펴보는 것은 물론이고, 더하여 영화 속 미래의 도시와 인간의 모습을 다룰 예정이다. 이를 위해 두 편의 시리즈, 1982년 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와 2017..

인문/영화 2022.07.01

[書說]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作)

레이첼 카슨의 , 고등학교 다닐 적부터 알고 있던 유명한 책이지만 직접 읽은 것은 처음이었다. 화학살충제의 위해성을 주로 다루고 있다. 책이 시대적 파란을 가져왔고 현재의 우리에게도 과학 책임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는 점에서 보면 충분히 흥미로운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내게는 내내 재미있지는 않았다. 과학도서임에도 전문용어보다는 수사학적 표현을 즐겨 대중들이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읽기 편하게끔 하였다. 또 무조건적으로 살충제 사용을 반대하는 식이 아니라, 그것이 가져오는 폐해를 실제 예와 과학적 근거를 들어 보여주며 무엇이 옳은 방법인지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판단하게끔 하고 있다. 추가로 자연방제를 소개해 화학방제의 대안을 알려주기도 한다. 다만, 예가 되는 상황들의 열거와 여러 살충제의 이야기가 개인적으..

인문/책 2022.04.30

[詩說] 허영자의 <행복>

행복 허영자 ​ 눈이랑 손이랑 깨끗이 씻고 자알 찾아보면 있을 거야. ​ 깜짝 놀랄 만큼 신바람 나는 일이 어딘가 어딘가에 꼭 있을 거야. ​ 아이들이 보물찾기 놀일 할 때 보물을 감춰 두는 ​ 바위 틈새 같은 데에 나무 구멍 같은 데에 ​ 행복은 아기자기 숨겨져 있을 거야. 우리는 '행복'에 대한 많은 글과 이야기를 접한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나는 지금 행복한가?'일 것이다. 인생에서 그냥 가만히 있으면서 '나는 행복하다'라는 것을 느낄 때가 사실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아마 무라카미 하루키가 처음 사용한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근래에 자주 사용되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옛날에 학원 영어 선생님께서 대학교 잔디밭에 누워서 만화책 읽었던 게 참 행복했다고 말씀하셨다. 대..

인문/시 2022.04.05

[書說] B사감과 러브레터 (현진건 作)

B사감과 러브레터, 현진건, 조선문단 현진건의 , 아마 읽어본 적은 없어도 제목 한 번쯤은 들어보지 않았을까 싶다. 소설은 제목 그대로 한 여학교 기숙사에서 근무하는 B사감과 러브레터에 얽힌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3인칭 관찰자 시점에 나레이션 같은 3인칭 독백도 있어서 진짜 풍문으로 이야기를 듣는 듯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실제 이름을 붙이기보다 'C여학교', 'B사감', '첫째 처녀' 등과 같이 실명보다 익명으로 지칭하는 것도 그러한 효과에 한몫하는 것 같다. B사감은 평소 학생들에게 오는 '러브레터'와 '면회'를 싫어하는 노처녀이다. 하지만 밤 중 남몰래 러브레터를 읽고 혼자 괴상한 역할극을 행하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소설은 B사감이라는 다소 모순되고 위선적인 인간을 해부하면서 연민과 웃..

인문/단편 2022.03.26

[書說] 피로사회 (한병철 作)

출퇴근 시간이 되면 피로를 안고 좀비처럼 걸어 다니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피로'는 다른 어떤 것보다 우리 삶의 질을 악화시키고 있다. 한병철의 는 성과사회의 피로함에 대해서 새로운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작고 얇은 책이지만 다양한 철학적 논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본래 독일어로 쓰인 것을 번역한 책이기 때문에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 는 '피로사회' 본 내용과 '우울사회'라는 강의록의 두 가지로 분리되어 있다. 뒤에 실린 '우울사회'는 궁극적으로 '피로사회'와 주제의식이 같고 겹치는 내용이 많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앞에 실린 '피로사회'를 읽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다루려고 한다. 굉장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각 시대를 병리학적으로 비유한 것이었다. 책에서는 세계화의 영향으로 이질..

인문/책 2022.03.24

[書說] 한때 소중했던 것들 (이기주 作)

인스타 감성의 무의미한 책들이 판을 치면서 언제부터인가 자기계발서·에세이를 멀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이기주 작가의 을 읽으면서 에세이의 힘과 가치를 다시금 상기시킬 수 있었다. 이기주 작가의 가 몇 해가 지나도록 서점에서 자리를 유지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번에는 마음에 드는 구절을 인용하며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누구나 있다 가슴 깊이 파고들어 지지 않는 꽃이 된 문장이 상처를 보듬고 삶의 허기를 달래주는 그 무엇이 (21p)" 에세이가 읽히는 이유가 여기 있지 않나 싶다. 작가의 문장이 홀씨가 되어 날아가 가슴 한편에 자리 잡은 채 우리를 웃게도 울게도 만드니 말이다. 나도 한동안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부분을 사진으로 찍기도 하고 공책에 베껴적기도 하곤 했는데, 대입 준비를 하고 ..

인문/책 2022.03.01

[書說] 모멸감 (김찬호 作)

'모멸감: 나의 존재 가치가 부정당하거나 격하될 때 갖는 괴로운 감정; 한국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감정의 응어리', 책의 뒤표지에 있는 모멸감에 대한 설명이다.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인정하고 싶어 하지 이 감정에 대해 책에서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김찬호 교수의 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모멸감에 대한 폭넓은 논의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책머리에서 선행연구의 부재 탓에 책의 저술에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사례를 들어 사회를 바라보는 하나의 도구로 '모멸감'에 대한 토대를 잘 깔아 둔 것 같다. 책은 모멸감을 우선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를 진단·처방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의의 과정에서 '수치심-모욕감-모멸감'의 비교를 통해 모멸..

인문/책 2022.02.27

[詩說] 도종환의 <바람이 오면>

바람이 오면 도종환 ​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우리는 바람이 지나가고 세월이 흘러가는 그 길목에 서있다. 바람이 온다고 해서, 또 간다고 해서 구태여 막는 일은 없다. 하지만, 길목에 선 우리는 차갑고 매서운 풍파에 괴로워하기도 한다. 이 괴로움이 잦아지고 그에 익숙해지는 것이 나이가 든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세월을 맞으면서 겪는 그리움과 괴로움의 감정에 점점 무뎌지는 것은 아니다. 그저 고통을 받아들이고 지나가는 바람에 몸을 맡기게 되었을 뿐이다. 도종환 시인의 은 우리가 그렇게 늙어감을 말하고 있다. 과..

인문/시 2022.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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