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책

[書說]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作)

천사환 2022. 4. 3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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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고등학교 다닐 적부터 알고 있던 유명한 책이지만 직접 읽은 것은 처음이었다. 화학살충제의 위해성을 주로 다루고 있다. 책이 시대적 파란을 가져왔고 현재의 우리에게도 과학 책임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는 점에서 보면 충분히 흥미로운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내게는 내내 재미있지는 않았다. 과학도서임에도 전문용어보다는 수사학적 표현을 즐겨 대중들이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읽기 편하게끔 하였다. 또 무조건적으로 살충제 사용을 반대하는 식이 아니라, 그것이 가져오는 폐해를 실제 예와 과학적 근거를 들어 보여주며 무엇이 옳은 방법인지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판단하게끔 하고 있다. 추가로 자연방제를 소개해 화학방제의 대안을 알려주기도 한다. 다만, 예가 되는 상황들의 열거와 여러 살충제의 이야기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다소 반복적이고 따분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지금도 만연하는 살충제나 예초제 등 독성 화학물질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그 심각성을 잘 풀어냈다는 장점으로 말미암아 이 책이 좋은 책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마 현재 사용되고 있는 화학살충제들은 책이 저술된 당시보다는 더 엄격한 기준으로 안전성·위험성 검사를 받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책은 살충제의 위해도를 평가하고 안전기준을 찾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유독성 화학물질을 이용한 인위적인 자연선택인 화학방제가 자연의 입장에서 과연 옳은 지 근본적인 의문을 유도한다. 물론 자연의 입장에는 인간에게 돌아오는 피해들도 포함된다. 그런 의문을 떠올리며 독자들은 섣부르게 자연을 통제하려든 우리 인간의 오만과 무지, 그리고 자연의 보복에 대한 무책임을 자동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화학살충제·예초제의 뿌리가 세계대전 중 개발을 시도했던 살생무기라는 점이다. 목적에 맞게 개선했겠지만 살생무기였다는 말은 해충이나 잡초만이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다른 모든 생물에 해를 가한다는 것이 아닐까 꺼림칙한 기분이 든다. 물론 생명체의 크기나 구조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화학물질은 축적될 수 있고 생물에게 결코 좋지 않으며 생태계 훼손을 수반한다. 우리는 그런 물질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또 편하게 사용하고 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독극물과 다를 게 없는데 그 위험성에 비해 취급하는 데 있어 경고·주의가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사용 후 당장의 가시적인 효과를 보면 화학살충제에 대한 수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넓고 길게 보면 살충제 사용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었다. 박멸 대상이었던 해충은 내성을 갖춘 채 나타나고 해충의 천적들만 죽어버려 도리어 해충의 개체 수만 증폭된다고 한다. 결국 더 강한 살충제를 찾게 되고 악의 순환고리가 반복되는 것이다. 이처럼 먹이사슬의 공백을 만드는 것은 사실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영향을 주고받는 다른 모든 생물의 개체 수 증감을 만들어낸다. 추가로 독성 화학물질을 뿌리게 되면 먹이사슬을 통과하면서 연쇄적인 중독·농축을 유발한다.

 

작은 벌레 죽이는 일이라고 인간이 대자연을 쉽게 생각했던 건지도 모른다. 우리가 인간의 역사보다 훨씬 긴 시간에 걸쳐 형성된 자연을 통제한다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다.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하고 많은 것들이 서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편적으로만 생각해 자연 속에 존재하는 상호작용들을 고려하지 못했고 그 후폭풍을 맞이했다. 애꿎은 동식물이 죽고 인간도 많이 영문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나 버렸다. 지저귀는 새들마저 죽어버린 생동감 없는 정적인 세계, 그것을 저자는 '침묵의 봄'이라 부르고 있다. 

 

카슨 교수는 화학방제의 대안으로 자연방제를 제시한다. 자연방제는 생물학적 방법으로 천적이나 경쟁군에 있는 생물을 활용해 개체수를 조절하는 방제법이다. 충분한 연국가 선행된다면 화학방제와 비교해 환경적으로만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큰 이점을 갖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결국에 중요한 것은 자연을 건드릴 때는 더욱 신중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기술은 생각보다 온전하지 못하고 과학이 모든 것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진보해도 '환경보전'의 가치는 대두되지 더 약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책이 쓰인 지 60년이 다 되어가는데 우리의 '봄'은 어떠한가. 이 책이 나온 이후 살충제로 대표되는 화학방제의 유해성과 다른 방안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봄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지는 않은 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침묵의 봄
20세기 환경학 최고의 고전『침묵의 봄』. 50주년 기념 개정판으로 출간 된 이 책은 〈타임〉지가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중 한 사람으로 뽑은 레이첼 카슨이 쓴 책으로, 환경 문제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독자들에게 일깨워 준 책이다. 저자는 친구로부터 받은 편지 한 통을 계기로 살충제의 사용 실태와 그 위험성을 조사하고, 생물학자로서의 전문지식과 작가로서의 능력을 발휘해 방사능 낙진으로 인해 더욱 절실해지기 시작한 환경 문제의 복잡성을 알기 쉽게 풀어냈다. 더불어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파괴되는 야생 생물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공개하여, 생태계의 오염이 어떻게 시작되고 생물과 자연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는 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이를 통해 정부와 살충제 제조업체의 행태를 지적하고, 환경문제에 대한 대중들의 생각을 환기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시하였다. ▶ 이 책은 2002년에 출간된 〈침묵의 봄〉(에코리브르)의 개정판입니다.
저자
레이첼 카슨
출판
에코리브르
출판일
2011.12.30

참고문헌

레이첼 카슨. (2011). 침묵의 봄. (김은령, 역). 에코리브르. (원본 출판 196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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