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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5

[詩說] 허영자의 <행복>

행복 허영자 ​ 눈이랑 손이랑 깨끗이 씻고 자알 찾아보면 있을 거야. ​ 깜짝 놀랄 만큼 신바람 나는 일이 어딘가 어딘가에 꼭 있을 거야. ​ 아이들이 보물찾기 놀일 할 때 보물을 감춰 두는 ​ 바위 틈새 같은 데에 나무 구멍 같은 데에 ​ 행복은 아기자기 숨겨져 있을 거야. 우리는 '행복'에 대한 많은 글과 이야기를 접한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나는 지금 행복한가?'일 것이다. 인생에서 그냥 가만히 있으면서 '나는 행복하다'라는 것을 느낄 때가 사실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아마 무라카미 하루키가 처음 사용한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근래에 자주 사용되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옛날에 학원 영어 선생님께서 대학교 잔디밭에 누워서 만화책 읽었던 게 참 행복했다고 말씀하셨다. 대..

인문/시 2022.04.05

[詩說] 도종환의 <바람이 오면>

바람이 오면 도종환 ​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우리는 바람이 지나가고 세월이 흘러가는 그 길목에 서있다. 바람이 온다고 해서, 또 간다고 해서 구태여 막는 일은 없다. 하지만, 길목에 선 우리는 차갑고 매서운 풍파에 괴로워하기도 한다. 이 괴로움이 잦아지고 그에 익숙해지는 것이 나이가 든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세월을 맞으면서 겪는 그리움과 괴로움의 감정에 점점 무뎌지는 것은 아니다. 그저 고통을 받아들이고 지나가는 바람에 몸을 맡기게 되었을 뿐이다. 도종환 시인의 은 우리가 그렇게 늙어감을 말하고 있다. 과..

인문/시 2022.01.30

[詩說] 정현종의 <방문객>

방문객 정현종 ​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것은 분명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관계에 지쳐 혼자 있고 싶을 때조차 누군가를 만날 때는 가슴 한편에 남모를 기대감이 숨어 있다. 우리는 사회 동물이라는 말에 걸맞게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다. 가수 이선희의 노래 속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 중에 그대를 만나'라는 가사처럼 다른 이를 만나는 것은 결코 예삿일이 아니다. 만남에서 교제까지의 과정..

인문/시 2022.01.15

[詩說] 용혜원의 <아쉬움>

아쉬움 용혜원 살다 보면 지나고 보면 무언가 부족하고 무언가 허전하고 무언가 빈 듯한 아쉬움이 있다 아,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그때 그러지 말고 잘할걸 하는 후회스러운 마음이 생긴다 마음으로 느끼지 못하다가 지나고 나면 떠나고 나면 알 것 같다 그런 아쉬움이 있기에 우리들의 삶은 그만큼의 그리움이 있다 그만큼의 소망이 있다 그만큼의 사람이 있다 순간순간에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 모르는 건방진 태도 때문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공허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공허함은 우리에게 미련과 후회를 남긴다. 용혜원 시인의 은 미련과 후회의 감정으로 대표되는 ‘아쉬움’을 그 공허함에 채워 넣는다. 그리고 ‘아쉬움’을 ‘그리움’, ‘소망’, ‘사람’으로..

인문/시 2022.01.12

[詩說] 이문재의 <사막>

사막 이문재 사막에 모래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모래와 모래 사이다 사막에는 모래보다 모래와 모래 사이가 더 많다 모래와 모래 사이에 사이가 더 많아서 모래는 사막에 사는 것이다 오래된 일이다 '사막'은 흔히 생명이 살아가기 힘든 척박한 땅으로 생각된다. 나는 그런 불모의 땅인 사막에서 모래알들이 가지고 있을 연대감을 떠올렸다. 모래알들은 각자가 외롭지 않을 만큼 가까지만 또 서로 너무 간섭하지 않도록 거리를 둔다. 생명은 허락하지 않는 퇴약볕을 견디며 굳건히 자리를 유지하는 이유가 그 '사이'일지도 모른다. 우리 세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래'를 '인간'으로 바꾸어서 생각해보자. 사회에서는 무수한 인간관계들이 형성되고 각각의 관계 속에서 적당한 '사이'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많은 것이..

인문/시 202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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