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허영자
눈이랑 손이랑
깨끗이 씻고
자알 찾아보면 있을 거야.
깜짝 놀랄 만큼
신바람 나는 일이
어딘가 어딘가에 꼭 있을 거야.
아이들이
보물찾기 놀일 할 때
보물을 감춰 두는
바위 틈새 같은 데에
나무 구멍 같은 데에
행복은 아기자기
숨겨져 있을 거야.
우리는 '행복'에 대한 많은 글과 이야기를 접한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나는 지금 행복한가?'일 것이다. 인생에서 그냥 가만히 있으면서 '나는 행복하다'라는 것을 느낄 때가 사실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아마 무라카미 하루키가 처음 사용한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근래에 자주 사용되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옛날에 학원 영어 선생님께서 대학교 잔디밭에 누워서 만화책 읽었던 게 참 행복했다고 말씀하셨다. 대학교 1학년 글쓰기 교수님도 비슷하게 대학생 때 방 안에 틀어박혀 만화를 봤던 기억이 아직도 행복으로 남아있다고 하셨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쩌면 '행복'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건 '여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 속 자신의 역할에 대한 압박에서 조금은 여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경제적으로나 학문적으로 크게 성공하더라도 여유를 갖지 못한다면 더 큰 성공을 갈망하고 행복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그 유명한 문구가 떠오른다. 사실 사회적인 측면에서 성공은 성적 순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부분에서 '행복'이라는 가치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잘 산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삶이 없다면 행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여유'가 필요한 것이다. 여유는 진정한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되고 그런 개인에게 행복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그렇게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고 보물찾기 하듯이 숨겨져 있는 행복을 찾는다면 그보다 더 기쁠 수 있을까. '소확행'에 대해 순간에 만족하고 발전을 저지할 수 있다는 비판도 들은 적 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작은 행복들이 모여야 큰 행복을 만들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행복은 단순한 감정이라고 하기에는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특히 결핍된 상황에서 말이다. 인간은 살다보면 규율에 의해서든, 집단에 의해서든 통제되고 억압되는 경우가 꽤 잦다. 그런 상황 속에서 행복을 찾아 개인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유를 갖자고 했지만 개인의 노력으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에 문제가 될 것이다. 개인주의 사회지만 이런 면에서는 주위에서 관심을 갖고 도와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어쩌면 타인의 관심이 들어오면서 행복이 깃들 자리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사회가 전체적으로 불평·불만이 늘어나 스트레스 받을 일은 많아지는 구조인데, 그것을 풀기는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다. 불편한 것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관심과 배려가 이루어지는 식이 되었으면 좋겠다. 개인 간에는 '간섭'과 '관심'의 차이를 착각해 가끔 지나치게 무관심해 보인다. 행복을 혼자서 찾기 힘들어 보일 때는 같이 찾아봐주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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