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시

[詩說] 윤동주의 <새로운 길>

천사환 2021. 11. 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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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길 

                                          윤동주

 

내로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너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우리는 살면서 새로운 무언가를 종종 갈망한다. 일상 속 별거 아닌 일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여 설레고 행복해질 때도 있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반복되는 생활 속에 정해진 일과 외의 것을 많이 놓치고 있다. 윤동주의 <새로운 길>을 읽으며 그래도 가끔은 주위를 살피며 새로운 세상을 찾아나가는 건 어떨까 생각한다.

 

사실 이 시에서 내가 받은 느낌은 새로움으로 인한 설렘보다는 그렇지 않기에 찾아오는 서글픔이다.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이라고 말하며 당차게 걸어 나가지만 결국 일상으로 회귀하는 한 청년의 뒷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오늘도'와 '내일도' 뒤에 붙는 '...'이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세상과 스스로에 대한 푸념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쉽지 않은 곳이다. 진정 '새로운 길'을 가고 싶다면 굳은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남아야 한다. 흐르는 대로 살겠다는 '무계획'의 삶은 가차없이 놓아버리고 경계해야 한다. 우리 가슴 깊은 곳에 숨어있는 작은 소망이 하나쯤 있지 않은가? 적극적으로 행하지는 못하더라도 내 안에 숨 쉬고 있는 그 빛을 인지하고 있기만 해도 우리는 평소 놓치고 있던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새롭지 않더라도 마땅히 '새로움'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며칠 전 누군가 내게 '도전은 실패한 자들의 마지막 유언'이라는 말을 했다.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돈을 아무리 잘 벌어도 지루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평범한 일상이라면 성공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도전은 꿈과 행복,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숭고한 것이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원동력이다. 망설여지고 두려운 일이라도 한번 시도해보라 권하고 싶다. 인생 사 새옹지마(之馬)라고 이 시의 화자가 '민들레', '까치', '아가씨', '바람'을 만났듯이 당신도 우연한 기회를 얻게 될 줄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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