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시

[詩說] 정현종의 <방문객>

천사환 2022. 1. 1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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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것은 분명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관계에 지쳐 혼자 있고 싶을 때조차 누군가를 만날 때는 가슴 한편에 남모를 기대감이 숨어 있다. 우리는 사회 동물이라는 말에 걸맞게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다. 가수 이선희의 노래 <그 중에 그대를 만나> 속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 중에 그대를 만나'라는 가사처럼 다른 이를 만나는 것은 결코 예삿일이 아니다. 만남에서 교제까지의 과정이 나는 운명이자 인연이고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믿는다.

 

나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을 처음 읽었을 때의 그 감격을 잊지 못한다. 다들 너무 친구를 표면적으로 사귀고 관계를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아 사람들에게 환멸이 나 있을 때였다. 그런 내게 이 시가 다시금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던 것 같다. 사람이 오는 것을 '방문객'이라는 제목으로 표현하고 있다. 관계가 깊어지기 위해서는 '마음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참 적절한 비유를 한 것 같다. 물론 방문객들 중에서 마음에 들지 않아 문전박대를 당하는 이도 예고 없이 불쑥 들어온 불청객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일반적으로 서로 존중하고 좋아해 주는 그런 반가운 손님을 말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언제 떠날 지 모르는 '손님'이라는 안타까움도 내포하고 있다. 우리의 마음에는 타인의 '일생'을 수용할 공간과 능력이 당연히 부족하다. 때문에 그 '일생'의 파편들만을 가지게 되는데 그것이 넘치거나 우리 마음을 찌를 때 문제가 생기곤 한다. 이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상호 간에 발생하는 일로 상처는 모두에게 생김을 인지해야 한다. 이 상처를 서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가 관계에 주어진 숙제인 것 같다. 상처 입은 마음을 더듬어 줄 '바람', 당장에는 '시간·세월'이라는 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서로가 상처를 자가 치유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 말이다. 시간을 갖는 것 외에도 각자의 '바람'을 찾는다면 부서지지 않고 오래도록 지속되는 건강한 관계가 유지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會者定離 去者必返(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이별이 있으면 만남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는 의미이다. 방문객은 또 찾아올 수도 있지 않은가, 이별이 아쉬워도 낙심할 필요는 없는 까닭이다. 지금 나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지낼 수 있음에 무척 감사하다. 언젠가 헤어지겠지만 괜찮다. 우리는 이미 삶을 공유했고, 다시 만날 거라는 확신과 언제 어디서 또 볼 수 있을까하는 설렘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내게 오는 인연에 감사하고 모두를 더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 많은 방문객들을 오래도록 들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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