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용혜원
살다 보면
지나고 보면
무언가 부족하고
무언가 허전하고
무언가 빈 듯한
아쉬움이 있다
아,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그때 그러지 말고 잘할걸 하는
후회스러운 마음이 생긴다
마음으로 느끼지 못하다가
지나고 나면
떠나고 나면
알 것 같다
그런 아쉬움이 있기에
우리들의 삶은
그만큼의 그리움이 있다
그만큼의 소망이 있다
그만큼의 사람이 있다
순간순간에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 모르는 건방진 태도 때문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공허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공허함은 우리에게 미련과 후회를 남긴다. 용혜원 시인의 <아쉬움>은 미련과 후회의 감정으로 대표되는 ‘아쉬움’을 그 공허함에 채워 넣는다. 그리고 ‘아쉬움’을 ‘그리움’, ‘소망’, ‘사람’으로 승화시키기까지 한다. 시에서와 같이 분노와 증오 대신 긍정적인 가치를 얻을 수 있다면 참으로 멋진 일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후회가 되는 일, 아쉬움이 남는 일이 꽤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뭐 그런 걸 아쉬워했나...’ 할 정도의 별거 아닌 것들도 있을 것이다. 하여간에 아쉬움이라는 감정은 보통 탄식이나 설움처럼 밝지 않은 상태를 연상시킨다. 그런데도 아쉬움이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이 ‘아쉬움’이라는 감정 속에서 꿈과 희망을 찾아내는 일련의 가능성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용혜원 시인은 아마 그 속에서 그리움, 소망, 사람을 찾아내었던 것 같다.
그리움, ‘추억보정’이라는 말이 있듯이 과거로 떠보내는 상당수의 일은 힘들고 안 좋은 일들이 많다. 하지만, 그렇게 아쉬움과 함께 흘러간 과거는 이내 그리움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말로 이런 상황들을 포장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가 과거를 처리하는 과정에는 분명히 개개인의 고군분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감정들의 싸움과 실제로 마주하는 불운한 일들을 견뎌 이겨낸 자들만 가질 수 있는 것이 그리움이라는 아련한 감정이다.
‘소망’과 ‘사람’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개인의 의지가 있기에 우리는 아쉬움이라는 감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소망과 사람이 있었기에 아쉬움이 있는 게 아니라 아쉬움이 있기에 소망과 사람이 있다. 이런 역발상은 우리가 감정으로 주체적으로 이끌어나가고 통제하고자 노력하는 인간임을 일깨워준다. 그런 면에서 우리에게 생기는 미련과 아쉬움을 갖는 것이 두렵지 않고 설레는 일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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