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이문재 사막에 모래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모래와 모래 사이다 사막에는 모래보다 모래와 모래 사이가 더 많다 모래와 모래 사이에 사이가 더 많아서 모래는 사막에 사는 것이다 오래된 일이다 '사막'은 흔히 생명이 살아가기 힘든 척박한 땅으로 생각된다. 나는 그런 불모의 땅인 사막에서 모래알들이 가지고 있을 연대감을 떠올렸다. 모래알들은 각자가 외롭지 않을 만큼 가까지만 또 서로 너무 간섭하지 않도록 거리를 둔다. 생명은 허락하지 않는 퇴약볕을 견디며 굳건히 자리를 유지하는 이유가 그 '사이'일지도 모른다. 우리 세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래'를 '인간'으로 바꾸어서 생각해보자. 사회에서는 무수한 인간관계들이 형성되고 각각의 관계 속에서 적당한 '사이'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많은 것이..